모교의 떡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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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경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댓글 1건 조회 3,077회 작성일 10-10-23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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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회 이경직입니다.

먼저 선배님께 인사 올립니다.

저도 해당 기사와 비판적인 어조의 댓글들을 읽고 기분이 심히 안 좋습니다.

선배님께서도 마찬가지시겠지만, 저도 많이 맞으며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전 선생님들의 열정을 더불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해도 뜨지 않은 오전 5시 경에 출근하셨고, 강의를 연구하셨습니다. 물론 저희보다 늦게 퇴근하셨고요. 강의에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에 저희들은 그 진심을 마음에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박사학위를 가지고 계신 것도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렇게 개인적인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학교에서 개인의 발전을 위한 노력도 하시는 선생님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 자랑스러움과 존경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전 현재 학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언어영역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체벌이 인권적인 문제의 소지를 가지고 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 모교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김상곤 교육감님은 대학 교수 출신이십니다. 그론 이유로 현재 학교 현장의 모습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공부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소수입니다. 대다수의 학생들(특히 시골지역으로 갈수록)은 이미 교사들의 관리 범주 밖에서 존재합니다. 하루에도 많은 학생들이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돈을 갈취당하고,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많은 학교에서는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거의 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서울대, 연고대 등의 학교에 많은 학생들을 진학시킨 강사로서 말씀드린다면, 공부는 재미로 하는 것도 아니지만, 좋아서, 재미있어서 하는 학생도 더불어 그리 많이 있지 않습니다. 재미없는 것을 유도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인 강제력이 필요합니다.

수성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을 가장 큰 목적으로 설립된 인문계 고등학교입니다. 현실적으로 진학 기록이 학교의 이름이 되는 이 시점에서 현 수성고의 서약서 제도와 학생체벌 등의 문제는 단순히 인권의 문제만으로 덮기 어려운 것입니다. 우리 모교의 체벌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서서히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도 대학원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한 정치학도로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이있는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권이라는 것도 자칫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의 논리로 비약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졸다가 맞았다는 말의 이면에 존재하는 해당 시간대를 고민해 봐야겠지요. 1교시는 수능시험이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3년동안 수능시행시간에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 우린 재학 중 조는 것은 용서없이 크게 혼이 났었습니다. 조는 것은 습관이지요. 지금은 학기 초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그냥 두나요? 우리 때에는 졸린 학생들은 뒤에 나가 서서 수강을 하기도 했고, 그런 식의 자리이동은 용인이 되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한두번 졸았다고 해서 그런 식의 체벌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적절한 비유일 지 모르겠으나, 군대 인권이라는 표어가 정책적으로 형상화되면서, 근대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일선 지휘관의 입장에서는 이런 논리도 있을 수 있겠지요. 사병에 대한 인권 무시와 강도있는 훈련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저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05년 시행한 "군대 내 인권사한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에 참여하여 많은 부대들을 조사하며 실제 일선 지휘관들에서도 직접 이와 같은 푸념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본 게시판을 활용하여, 피해(?)학생의 선배이자 해당 선생님의 제자인 우리 동문들이 깊이있는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두서없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도 이제 발전해야지요.

2010 . 10 . 23 . 새벽에.

40회 이경직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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